'낭가파르바트의 꽃'
2009년 7월 10일, 고미영은 세찬 바람을 뚫고 11번째 8,000m 낭가파르바트(8,125m) 정상에 섰다.
"위대한 산악인 헤르만 불이 오른 낭가파르바트에 올라 매우 기쁘다.
하지만 등정 중 오스트리아 산악인 한 명이 사라진 게 가슴 아프다."
그녀는 이렇게 마지막 인터뷰를 남기고 하산 중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났다. 고미영은 언제나 자신보다 타인의 불행을 챙겨주던, 주변의 분위기를 즐겁게 하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소탈한 매력을 가진 여성이었지만 스스로에게는 가혹하리만큼 혹독한 담금질을 멈추지 않는 강인한 근성의 소유자였다. 언제나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만 향하던 고미영의 열정은 2009년 멈추었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미소는 알피니스트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등불이 되어 '길이 끝나는 곳'을 환히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