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레일 러너 GG 코치 인터뷰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세요"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러너입니다. 러닝을 시작하는 것은 인생에서 최고의 결정 중 하나입니다. 리투아니아 출신 Gediminas Grinius는 Vibram 소속의 세계적인 트레일 러너이자 코치입니다. 그가 말하는 행복한 러너로 오래 남는 비결을 확인해보세요.

달리면 정말 행복해질까?

달리기 예찬론자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 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소박하고 아늑한 공백, 그리고 정겨운 침묵 속에서의 달리기를 사랑한다고 한다.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아내의 지지를 받아 10년 넘게 달려온 GG 역시 러닝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며 살아간다. 이라크에서 군 장교로 복무한 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해 트레일 러닝을 시작한 그는 마법처럼 회복했고, 현재 유럽에서 전 세계 러너들에게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며 활동하고 있다. 산을 존중하고, 달리기를 올바르게 즐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 평화를 얻고, GG는 치유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달리기는 차원이 다른 행복감이다.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번에 트랜스 제주에 참가한 모습을 봤어요. 2022년에는 서울 100K에서 우승하기도 했는데,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GG: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입니다. 벌써 3년 전 일이지만, 한국은 정말 놀라운 나라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어요. 대도시가 있으면서도 불과 10분 만에 자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과 정직함이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탐험하고 싶었고, 결국 제주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2,000미터를 오르거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구간을 달릴 때,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 것도 귀한 경험이 되죠. 고통 속에서도 얻는 배움이 크니까요.

트레일 러너로서의 삶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GG: 저는 Vibram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어요. 마치 제가 이 신발을 직접 만든 것처럼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한, 아내와 함께 ‘Trail Running Factory’를 운영하며, 여러 나라에서 트레일 러닝 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이나 스위스의 아이거 산처럼 멋진 장소에서 캠프를 진행하는데, 전문 러너뿐만 아니라 산을 즐기고 싶은 하이커들도 많이 참여합니다. 보통 10명에서 25명 정도가 모이며,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아이거 울트라 트레일, UTMB, 마데이라 울트라 트레일 같은 주요 코스를 중심으로 코칭을 진행하고 있어요.

참가자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배워 가길 원하나요?

GG: 저는 산을 존중하며, 그 속에서 제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너무 빠르게 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의 삶은 너무 바쁘고,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원하지만 정작 집중하지 못하죠. 그래서 저희는 단순한 러닝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도 함께 다룹니다. 신체적 도전과 심리적 도전은 늘 함께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모두 훈련합니다. 뇌는 큰 차이를 느끼지 않아요. 러닝 중 느끼는 스트레스나 직장에서 상사에게 받는 압박감 모두 같은 심리적 도전으로 작용하니까요.

달리기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GG: 제 이야기는 항상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에요. 어릴 때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었죠. 그러다 성인이 되어 이라크에 파병을 가면서 얻은 PTSD가 제겐 일종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유일한 치유의 방법이었어요. 처음에는 평지에서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지만, 점차 거리를 늘리면서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5킬로미터로 시작해서 결국 100마일까지 나아갔죠.

달리기를 시작하면 몸이 생각을 지배하는 순간,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달릴 때 몸과 마음은 어떤 변화를 겪나요?

GG: 달리기는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달릴 때 몸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죠. 여러 호르몬이 방출되고, 뇌에 산소가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사고가 또렷해집니다. 이 모든 것이 호흡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얕고 편안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달리기를 자기 탐구의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만들어 줍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쌓아가는 과정이에요. 달리기도 배우고 훈련해야 깊어집니다.

달릴 때 어떤 기분으로 뛰나요?

GG: 그날의 기분이나 해결해야 할 질문에 따라 달리기의 의미는 달라져요.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나 달리는 동안 떠오르곤 해요. ‘Trail Running Factory’라는 회사 아이디어도 달리면서 생각해냈어요. "왜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지 않을까? 왜 가르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요. 그래서 지금은 캠프를 통해 그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스폰서를 찾고 있던 시기에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때 Vibram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죠. 달리기를 하다 보면 많은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때로는 단순한 질문들도 하게 돼요. 가족이나 아이들에 대한 생각처럼요. 가끔은 이기적으로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세상 모든 것을 잊고 달리기도 해요. 그렇게 달리면서 여러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러닝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GG: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달리기는 몸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근육, 힘줄, 뼈가 준비되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하고, 서서히 거리를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5km 정도를 달리면서 자신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세요.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뿐,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경험입니다.

자신만의 루틴이 있나요?

GG: 러닝 외에도 헬스장에서 근력 강화 운동과 모빌리티 세션을 병행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과 유연성을 잃기 쉬우니까요. 특히 수직 점프를 위한 탄력성은 러닝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빨리 달리고 싶다면 약해지는 부분을 보완해야 합니다. 저는 일상적으로 훈련하지만, 스트레칭이나 모빌리티는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속적인 러닝을 위해서는 이런 크로스 트레이닝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죠. 현재 저는 '오래 달리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부상으로 인해 오랫동안 달리지 못하는 것보다, 꾸준히 달리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러닝에서 일관성은 정말 핵심이에요. 꾸준히, 지속적으로 할수록 실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되죠. 중요한 건 매일 빠짐없이 훈련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좋은 식단, 충분한 수면, 그리고 건강한 생활 습관도 필수적이에요. 이렇게 하다 보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자신감을 쌓는 데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달리기가 재미있나요? 러닝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GG: 러닝은 저에게 훌륭한 선생님 같은 존재에요. 몸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다리죠.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하고, 여행처럼 미지의 세상으로 시야를 넓히며 자신을 탐구하게 해줍니다. 러닝은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에요. 저는 60대까지도 프로페셔널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50대에도 활발히 달리고 있는 프랑스 선수인 루도빅 폼레(Ludovic Pommeret)처럼요. 프로페셔널하게가 아니더라도, 러닝 자체는 죽을 때까지 계속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150세까지도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르죠.

마지막으로, UTNP를 준비 중인 솟솟클럽에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GG: 솟솟클럽 여러분, 가장 힘든 부분은 이미 지나갔으니 이제는 회복과 마무리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회복도 훈련만큼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여러분은 이미 고된 여정을 해내셨고, 이제 그 결실을 즐길 시간입니다. 푹 자고, 잘 먹고, 충분히 몸을 회복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세요. 2km든 9km든, 어느 봉우리를 오르든,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결승선에서 멋진 사진 남기는 것도 잊지 마세요.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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